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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책임과 무책임 사이

by DS2WGV 2016. 12. 12.

며칠 생각해 봤는데, 心中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끄적인다.

 

[책임과 무책임 사이]

야간당직팀의 담당자가 최근 1-2년간 나를 눈여겨 보았단다.

계약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맨 먼저 출근하고, 밤에는 공부나 야근을 솔선수범해서 하다 가서 성실하게 보였다는 거였다.(난 차가 밀려서 집에 못 가기 때문에, 기름을 많이 먹기 때문에, 연비를 좋게 하고 집에 즐겁게 운전하며 가기 위함도 있었다.)

그러고는 자기가 장가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난 그냥 웃어넘겼다.

 

올해 들어,

자기가 고향 친목계 회장이라는 말을 했다.

뭐 중앙대 나온 사람이 있고, 전문대 나온 사람이 있고... 말을 횡설수설한다. 그래서 안 믿었다. 그리고 가는귀가 먹어 남이 하는 말은 절대 안 듣는다. 자기 말만 말이다.

근데 어느 날 집에 가는데 전화가 왔다.

운전중이라서 그냥 핸즈프리로 받았다.

전화번호 하나 불러줄 테니까 연락해 보란다. 근데 참으로 어이없었다.

어르신들은 다 이런지.

"처자는 관심이 없대. 엄마가 번호 알려줬어. 번호 문자로 보내줄테니 잘해봐."

...

나는 그 처자의 엄마랑 결혼하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그 엄마 번호를 알려주시지?

뭐 예의가 있으니 그 처자한테 문자는 보냈다. '하실 생각이 없으시다면서요...'라는 내용을 포함하여.

답장이 왔다.

"연락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근데 나는 만날 생각이 없다. 한 번 만났는데 별로여서 안 만난다고 연극해줄 수 있느냐"

뭐... 예상했던 답이다. 그러마고 했다.

그 분한테 좀 싫은 소리를 했다.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그랬더니 그 엄마 핑계를 댄다. 그 정도는 소개하는 사람이 잘라도 되는 일 아니겠냐. 여기서 1차 不信이 생겼다.

 

그로부터 이틀 뒤, 다른 번호를 던져준다.

근데 참... 여기서 2차 不信이 생겼다.

난 직장이 서울이다.

그런데 그 처자는, 직장이 부산이다.

...

아, 이 분이 나를 갖고 장난하는가 보다, 아니, 내가 우습게 보였나보다.

 

이틀 뒤에, 그러니까 12월 7일이겠구나. (엿먹으라고) 07:27에 문자 날렸다. '서울에 언제 올라오세요?'

다음 날, 문자를 받았다. 내가 집에서는 데이터를 꺼 놓거든. 23:54에 문자가 왔다. "연말이라 바쁘다. 서울에 언제 갈지 모르지만 한 번은 부모님 보러 가야 하니 가면 연락하겠다."

...

그래라...

니 맘대로 해라.

기약 없는 일을 기다리기도 귀찮아 어제 오후에 문자를 지워버렸다. 번호를 내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기약 없는 일에 설레기도 싫고, 귀찮다.

설령 만나면? 부산인데? 난 서울이고? 적당히 가까워야지, 극과 극이다.

그냥 일 열심히 해라. 나도 내 일 열심히 할테니.

더 이상 기대했다가는 내 마음이 다친다.

 

3차 不信.

두 번째 사건 이후로, 그 분은 내가 전화 받을 때까지 전화한다. 난 한번 안 받기 시작하면 때려죽여도 안 받는다. 이틀 동안 여섯 번의 전화.

연락했는지 안 했는지 물어보려는 거겠지.

스토킹하나? 집착이야? 책임감이야?

 

결국, 난 이 분을 信賴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 믿음을 잃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