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C에 내가 올린 글을 다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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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21) 바다 보러 다녀왔는데 마음이 착 가라앉았습니다.
차는 거의 밀리지 않아 가는 길, 오는 길이 편했습니다.
올림픽대로 타고 부천에서 서울 통과, 6번 국도로 양평에서 홍천까지 이동했습니다. 지루해질 찰나에는 교신을 해서 혼자이지만 재미있게 갔다왔습니다. 가는 길에 양평에서 DT0IT 공개운용장과 교신하고, 홍천을 지날 때는 홍천동그라미의 DS2WSD님과 교신을 했습니다.
44번 국도, 이제 추억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꼬불꼬불 산허리를 끼고 멋진 자연 풍광을 구경해 가며 운전해 가던 길은 모두 도로확장과 직선화 작업으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내 눈 앞에는 고속도로같은 담장에 직선으로 뻗은 도로들밖에 없었습니다. 간간이 보이는 44번 舊국도의 흔적들만이 추억을 달래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인제 지나고 한계령 구간에 들어서면 길은 다시 좁아질 테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재미없는 도로를 달려 인제에 들어섰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인제 읍내 구간을 통과하면서 DS0JT의 DS2UFA님과 교신을 하면서 잠깐 듣긴 했습니다. 한계령 구간이 복구가 덜 되어서 '비포장도 있다'라고요.
하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전쟁터나 다름없었습니다. 도로는 패이고, 지형이 아예 바뀌어버려 도로는 꼬불꼬불, 건설차량들이 많이 드나드는 관계로 수십개의 과속방지턱 설치... 그래서 그런지 운행하는 차량도 거의 없었습니다.
세울 데도 없어서 양방향 구간에 차 없고 직선구간일 때 차 안에서 간간이 찍은 게 이겁니다.
좀 올라가서, 옥녀탕 휴게소를 들렀습니다.
황량하기 그지없고, 전쟁터나 다름없었습니다. 진입로만 있고, 진출로는 무너지고 없더군요. 돌무더기와 부서진 자재더미만 쌓여 있었습니다.
전란이 끝난 뒤 황폐해진 고향에 돌아온 심정을 그린 중국의 한시가 생각나더군요.
옥녀탕 휴게소는 개인적으로 강한 추억이 어린 곳인데, 이렇게 되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허탈했죠.
한계령 넘는 데에 평균 30-40분 정도 걸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너져서 한 쪽만 운행 가능한 도로도 많고 빈번한 비포장 등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어 넘어가는 데만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정상에 올라서도 사진을 찍을 마음도 안 나고 하여 그냥 내려갈까 하다가 그래도 한 컷 찍었습니다.
아랫동네와는 달리 하하호호 웃으면서 기념촬영을 하는 여행객들을 보니 참 아이러니칼했습니다.
바다는 별달리 찍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매우 파랗다'는 감흥 뿐이었습니다. 찢겨진 산천을 눈 앞에서 본 감흥이 너무 강했습니다.
잠깐 바다 보고, 외삼촌과 점심식사 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찢겨진 한계령을 다시 볼 자신이 없어 구룡령으로 우회했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서는 한없이 왜소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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