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내 매장 아닙니다.
회사에서 직영하는 법인 매장입니다. 저는 법인 매장 부관리자입니다.
꽤 성실한 것 같아 아르바이트 채용을 했고 몇 달 잘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2주전에 아파서 응급실 들어가더니 오픈 시각이 07:00인데 07:44에 응급실에서 진통제 맞고 자다가 깼다면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열심히 차를 몰고 회사에 출근해서 09:30부터 대체근무를 했습니다.
회사 관리팀도 그러려니 하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07:44에 실무자에게 전화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었습니다. 매출 손실분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거론됐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또 펑크를 냈어요.
저희 팀 대리님이나 제가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어요.
아침 11시 14분에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어요.
늦잠 자셨대요.
...
이번에는 회사에서 정말 구상권 청구 들어갈 것 같아, 우리한테 미안하다 하지 말고 월요일에 니가 나와서 공손히 사과해라. 그래도 out이긴 하다 라고 대리님이 알아듣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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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 대리님은 주무실 것 같아서 주임님께 연락 드립니다. 어제 대리님께 연락 받은 이후로 계속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오늘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는 상황은 여러모로 불편하고 맞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제가 잘못한 것 너무나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과드리고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황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대리님과 주임님께서 마음써서 제안해주신 일이라서 더더욱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찾아뵈려 하였지만 아무래도 찾아뵙기로 이야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죄드리겠다고 찾아가는 상황은 저에게는 좀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요. 우선 아무래도 찾아뵙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 우선 전합니다.
그리고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오전 두시간 반 영업하지 못 한 부분에 대해서 회사측에서 배상을 원한다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금액이 어느정도 될 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 외에 매장이 오픈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생기는 고객들에게 있어서 이미지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배상을 원할지 궁금합니다.
혹 이미 찾아뵙기로 말씀이 전해진 상태거나 약속이 되어있는 상황이라 제가 가지 않는 것이 곤란하신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갈 수 있으니 말씀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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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요약해 볼게요.
1. 나는 분명히 죄송하다 생각하는데, 그걸 우리 실무자가 아닌 다른 사람(관리팀) 앞에서까지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내 심기가 불편해서 못하겠다. (너는 사과할 때에 '나 사과하러 가요~' 하고 통보하고 가니? 웃기네)
2. 그러니까, 피해보상금 얼마면 돼? 돈 주면 되잖아?
대학교 3학년 여자애가 이따구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이거를 완곡하게 저따구로 장문으로 쓴 거예요.
저는 이 글에 대해 반박글을 썼으나 책임자인 대리님이 통화한다고 해서 결국엔 못 보낸 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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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께.
대리님이 통화하셔서 뭐라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님이 마음속으로 어떻게 반성하시는지 저는 몰라요. 못봤으니까요. 진심으로 반성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근데 이 글만 봐서는 조금 불편하군요.
잘못은 인정하나 사과는 불편해서 못하겠다, 하지만 매출손실금은 지불할 용의가 있다. 정도로 요약되는데요.
당신이 심리적으로 불편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가리고, 상대방이 불편, 불쾌한 부분은 외면하고 금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표현으로 이해합니다.
저나 대리님이 ○○○씨더러 회사에 사과하라고 권고했던 것은, 도의상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다음에 어디 가서라도 일할 때에 바른 근무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말입니다.
상대방이 사과를 받든 안 받든 인정할 건 인정하시라는 겁니다.
한국사회가 됐든, 다른나라가 됐든 자기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고 남 앞에서 사과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조직사회의 생리거든요. 그거를 말하고 자세를 유도하고자 했던 건데 ○○○씨께서 그렇게 받아들이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매장이 법인운영이다 보니 영업은 저희 팀이 하고 복무와 매출관리는 관리팀에서 하므로 타 매장에 비해 좀 철저하고 빡빡합니다. 그런 불편한 부분을 저와 대리님이 중간에서 희석시켜 근무자들한테 전달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관리팀에게도 일말의 사과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사과가 마음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하지만 다른 데서 일할 때도 이딴 식으로는 살지 마세요. 이러시면 발 디딜 데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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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2호터널 입구 근처의 대학 다닌다는데, 이런 심성을 가진 인간이 국비유학생으로 선정됐다는 것 자체가 참 씁쓸합니다.
너는 국비유학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연구실에 처박혀 신기술이나 만들어내면서 밖으로 나오지 마라. 그게 인류를 구하는 길이다. 네 신기술로 인류는 잘 살 거야.
나중에... 대리님이 통화했다는데 그거 듣다가 속된 말로 '빡쳤'습니다.
'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고, 이번에 딱 두 번 그랬는데 그거갖고 그러는게 너무하다'
그래?
진짜?
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매장에서 돈 관리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게 숫자 적는 거야.
니 숫자 적는 거 열댓 번도 더 틀렸어. 그거 지적을 대리님과 내가 다 먹고 너한테는 희석시켜서 좋게좋게 넘어간 거야.
너 스마트폰질 하면서 매장정리 안하고 논 날 있지? 그 다음 근무자한테 사람이 많아서 못했다고 그랬다매? 그날 시간당 방문인원이 8명밖에 안 됐어. 너 정도 시간 지나면 시간당 방문인원이 20명이 넘어도 할 일 다 해. 우린 CCTV도 보여. 어디서 잘못 안했다고 거짓말이야.
인간아, 그따위로 살지 마라.
과장님이 그러시더라. 과장님도 화 나서 네 월급 안 주고 싶은데, 법적으로 안 그럴 수 없다고. 알바가 왕이라고, 씁쓸하다고.
그 월급 받고 평생 그따위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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